작가노트
Fam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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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있어 가족이란 사회의 기본적인 집단이자 삶에 있어서 근원적인 안식처라 여겨진다. 그러나 잘 드러나지 않는 가족 구성원간의 사랑, 의지, 기대와 같은 심리적 요소와 미묘한 권력구조는 기존 가족 개념의 모순을 드러낸다. 나는 사진 이미지들을 통하여 내가 수수께끼 처럼 풀지 못했던 부모의 모습과 나에게 반영된 그들의 모습을 통해 나의 정체성을 찾아보고자 한다.

  나에게도 '엄마처럼 살지는 말아야지'하는 생각과 '아빠는 도대체 왜 그래?', '뭐 하는 사람이야?'하는 불만을 가진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과의 외형적 닮음은 나 또한 그들의 삶을 답습할 것 같은 심리적 두려움으로 연장되곤 했다.

  Family 작업은 '무엇이 나를 그들과 달라지고 싶게 만드는가?' 또한 '어떤 측면에서 그들의 삶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가?'에 관한 것이다. 이것은 개인적으로 어머니, 아버지, 더 나아가 그들 세대에 대한 이해와 그리고 한국사회에서 딸로서 여자로서의 나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Family는 개별적인 내러티브를 지닌 Kim-Chi, Little Princess, 그리고 Ultra Super Powerful Father로 구성되어 있으며 self-portrait과 인터넷에서 수집한 한국의 사진들, 코믹 북에서 가져온 그래픽 요소들을 결합하여 만들어진 비디오 작업을 통하여 시간의 확장을 시도, 사회적이며 개인적인 삶의 모습을 담아내려 하였다. 김치에서 나는 가족을 위해 김치를 담그는 어머니와 그 김치를 다 먹어 치우는 딸로 등장한다. Little Princess에서는 조모와 엄마의 역할을 하는 동시에 그 고부간의 분쟁 속에서 엄마를 구하기 위해 곰을 타고 뛰어드는 철없는 딸로 변한다.

  Kim-Chi와 Little Princess가 가족 제도 안에서 여성의 역할과 관계를 그리고 있다면 Ultra Super Powerful father는 가정에서 항상 큰 기둥으로 존재하였지만 실제로는 부재에 가까웠던 아빠의 존재를 찾아 나선 작업이다. 아버지의 이미지는 아버지에게 전해들은 당신의 청장년기 이야기를 기반하여 나타내었다. 그의 삶은 어느 근대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가난을 딛고 불굴의 의지로 성공한 주인공의 것과 동일시 되었다. 또한 한국의 근대화 시절 나라의 발전을 위해 지칠 줄 모르는 건설의 주역들로 우상화된 아버지들의 이미지는 불멸불사의 존재, 가족 중심주의와 애국주의를 깔고 있는 미국 코믹 북의 슈퍼맨과 흡사하였다. 이 점에 있어 놀라웠던 사실은 한국의 근대사가 그러하듯이 동시대에 살아갔던 아버지의 삶도 나에게는 이질적이고 단절된 것이었다.

  나에게 사진은 깨닫지 못했던 문제들을 재현하고 표현하여 한 장 속에 담아내는 도구이자 나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과 답을 구하기 위한 매체이다. 가족을 표현하지만 그 속에서 그들은 또한 나를 표현하고 있다. 나는 가족에 대한 나의 느낌을 극대화하여 전달하기 위하여 대상과 무대의 인위적인 연출을 시도하였으며 냉정한 표현방식 속에 가족의 아이러니하고 슬픈 정체성을 나타내고 싶었다. 나의 사진은 반영되는 과거와 현대의 가족의 삶과 그들을 둘러싼 사회 그리고 그것을 현재에서 바라보는 나의 자아에 대한 성찰이다.